최근 전세사기는 위조 신분증과 계약서로 소유주 행세를 하거나, 무자본 갭투자로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수법은 계약 전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임대인 미납국세를 직접 확인하고 전세가율을 따지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다. 계약 이후에도 잔금일에 등기부를 다시 떼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같은 날 처리하며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보증금을 지키는 장치가 완성된다.
전세사기는 즉흥적인 사고가 아니라 서류를 앞세운 기획 범죄다. 서울 서초구 반포·잠원 일대에서는 위조한 주민등록증과 분양계약서로 실제 소유주 행세를 하며 세입자를 속인 사건이 올여름 드러났다. 이들은 보증금을 시세보다 싸게 부르고 "지금 가계약금을 넣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며 판단할 시간을 빼앗았다.
규모가 큰 사건은 구조가 더 정교하다. 부산에서는 자기 돈 없이 오피스텔 수백 세대를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로 임차인 86명에게서 보증금 약 70억 원을 받아 가로챈 70대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피고인은 임대차계약서까지 위조해 금융기관에서 담보대출 47억여 원을 받았다. 세입자가 마주하는 서류가 진짜인지부터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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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등기부등본이다.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누구나 뗄 수 있다. 근저당권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압류나 가압류, 신탁등기가 있는지를 본다. 근저당과 내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육박하면 위험 신호다.
둘째는 건축물대장이다. 정부24(gov.kr)에서 확인한다. 계약하려는 집이 주택 용도가 맞는지, 무허가나 불법 건축물은 아닌지를 본다.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처럼 속여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임대인의 미납국세 열람이다. 세무서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집주인이 세금을 크게 체납한 상태라면, 나중에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때 국세가 내 보증금보다 먼저 배당된다. 서류상 깨끗해 보여도 세금 체납이 숨어 있으면 보증금을 다 못 받을 수 있다.
서류와 함께 시세를 따져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매매가로 나눈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 구간이다. 집이 팔려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렵다. 서울이라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land.seoul.go.kr)의 전세가격 상담을 통해 감정평가사에게 무료로 적정 시세를 물어볼 수 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사람이 등기부상 소유주 본인인지도 확인한다. 대리인이 나온다면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위임장을 요구하고, 신분증과 등기부상 이름·생년월일이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앞선 반포 사례처럼 신분증 자체가 위조인 경우가 있으므로, 보증금은 반드시 등기부상 소유주 명의 계좌로만 보낸다.
서류를 다 확인했어도 계약 직전과 잔금일 사이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등기부는 계약 사흘 전에 한 번 봤다고 끝나는 서류가 아니다. 계약 전날과 당일 사이에 근저당이 새로 잡히거나 가압류가 걸릴 수 있어, 잔금을 치르는 날 다시 한 번 떼어봐야 한다.
보증금을 지키는 마지막 장치는 세 가지가 같은 날 맞물릴 때 완성된다. 이사(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다. 전입신고로 대항력이 생기고 확정일자로 우선변제 순위를 확보하는데, 잔금일에 함께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두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기관이 대신 지급한다. 청년 대상 전월세 계약 관련 권리보험을 무료로 제공하는 금융기관 상품도 있으니, 대출을 받는다면 가입 조건을 함께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계약 단계마다 확인할 서류와 순서를 정해두면, 사기꾼이 노리는 '급하게 결정하는 세입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