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의 안전은 집주인의 선순위 채무인 근저당이 잡힌 날짜와 세입자가 대항력·확정일자를 갖추는 날짜의 순서로 결정된다. 등기부 을구의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 잔액이 아니며, 이 금액과 보증금의 합이 시세를 넘으면 경매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계약 전후 등기부를 두 번 확인하고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기준과 잔금일 근저당 말소 특약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전세 계약에서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두 가지 날짜의 순서로 갈린다. 집주인이 은행에 진 빚(근저당)이 언제 잡혔는지, 그리고 내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언제 갖추는지다. 이 순서만 정확히 읽으면 위험한 집은 계약 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다.
등기부등본은 크게 갑구와 을구로 나뉜다. 갑구에는 소유권과 함께 가압류·압류·경매개시결정이 표시된다. 집주인이 다른 채권자에게 이미 재산을 묶였다는 신호다. 을구에는 근저당권, 전세권 같은 담보 권리가 적힌다. 세입자가 가장 먼저 봐야 할 칸이 바로 을구의 근저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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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을 볼 때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등기부에 적힌 '채권최고액'을 집주인의 실제 빚으로 읽는 것이다. 채권최고액은 앞으로 담보할 수 있는 한도이지 현재 잔액이 아니다. 은행은 보통 원금의 110~130%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한다. 채권최고액이 1억2,000만원이라면 실제 대출 원금은 1억원 안팎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선순위 근저당의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시세를 크게 넘어서면 위험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가에서 은행이 먼저 가져가고 나면 내 보증금이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회수의 핵심은 순위다. 대항력은 주택을 넘겨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생기는데, 그 효력은 신고한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생겨, 담보물권과 날짜를 비교해 배당 순위를 다툴 수 있다.
문제는 이 하루의 시차다. 잔금을 치른 날 집주인이 곧바로 은행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하면, 그 근저당이 내 대항력보다 앞서 버린다. 그래서 계약서에 잔금일 전까지 기존 근저당을 말소한다는 특약을 넣고, 잔금일 당일 등기부를 다시 확인한 뒤 돈을 치르는 절차가 중요하다.
보증금이 크지 않다면 최우선변제권이 안전판이 된다. 경매신청 등기 전에 대항력을 갖춘 소액임차인은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보증금 중 일정액을 먼저 배당받는다. 현행 기준(2023년 2월 21일 이후 설정된 담보물권)은 다음과 같다.
| 지역 | 보증금 이하 | 최우선변제액 |
|---|---|---|
| 서울 | 1억6,500만원 | 5,500만원 |
| 과밀억제권역·세종·용인·화성 | 1억4,500만원 | 4,800만원 |
| 광역시·안산·광주·파주 | 8,500만원 | 2,800만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원 | 2,500만원 |
단 이 금액도 주택가액의 2분의 1 한도 안에서만 받는다. 그리고 기준이 되는 날짜는 내 계약일이 아니라 집에 가장 먼저 잡힌 담보물권의 설정일이다. 오래전 근저당이 있는 집이라면 옛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니 등기부의 근저당 접수일을 꼭 확인해야 한다.
서류 앞에서 무엇을 볼지 정리하면 이렇다.
선순위 채무가 전혀 없고 시세 대비 보증금 비중이 낮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반대로 근저당이 이미 크게 잡혀 있거나 가압류가 보인다면, 특약과 보증보험만으로 안심하기보다 그 집 자체를 다시 검토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