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세입자 보증금을 집주인 대신 갚는 대위변제를 검토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상 조합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대규모 이주기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줄이는 장치다. 다만 지급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세입자는 대항력·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못 받은 채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마쳐야 한다.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세입자 이주 대책을 짜면서 '보증금 대위변제'를 검토하고 있다. 집주인인 조합원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면 조합이 먼저 그 돈을 내주겠다는 구상이다. 은마는 2026년 7월 강남구청에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고, 2027년 상반기 이주를 시작해 2028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
대위변제는 원래 채무자가 갚을 돈을 제3자가 대신 갚는 것을 뜻한다. 재건축에서는 조합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지급하고, 그만큼을 나중에 집주인에게 돌려받는 방식이다. 조합으로서도 세입자가 보증금 때문에 이사를 미루면 사업 일정 전체가 밀리기 때문에, 먼저 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하는 편이 크게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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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돌려준다. 문제는 재건축 이주기에 생긴다. 수백에서 수천 가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이때 세입자는 돈을 못 받은 채 이사 날짜에 쫓긴다.
법에는 이미 통로가 있다. 도시정비법 제70조는 재건축으로 계약을 해지하게 된 세입자가 전세금·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집주인뿐 아니라 사업시행자, 즉 조합에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조합은 세입자에게 돈을 내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할 수 있다. 은마의 대위변제 검토는 이 법적 통로를 개별 소송 없이 제도로 운영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차이는 '누구에게, 얼마나 빨리' 받느냐다. 지금까지는 집주인이 못 주면 세입자가 직접 조합에 청구하거나 소송을 걸어야 했다. 조합이 대위변제를 제도화하면 반환 창구가 조합으로 단일화된다. 다만 은마 방안은 아직 검토 단계여서 지급 조건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 조합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조합이 알아서 다 해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대위변제가 도입돼도 순서상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세입자 본인의 기본 권리다. 조합 방안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때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기 때문이다.
대항력은 집을 실제로 점유하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다음 날 0시부터 생긴다. 이때 전입신고 주소가 등기부상 번지와 동·호수까지 정확히 일치해야 효력이 온전하다. 우선변제권은 여기에 계약서 확정일자를 더하면 갖춰진다. 경매나 공매로 넘어갔을 때 후순위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다.
핵심은 순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겨야 한다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짐을 빼야 한다. 이 등기가 있으면 전출한 뒤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반대로 등기 없이 전출부터 하면 그동안 쌓아온 보호가 사라진다.
계약서도 다시 봐야 한다. 재건축 관련 특약이 있는지, 반환 시기를 언제로 협의했는지 확인한다. 이사비나 이주촉진비 같은 실비 지원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조합 의결에 달려 있으므로, 지급 여부와 조건을 서면으로 받아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주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을 하나씩 확인하면 된다.
조합의 대위변제 검토는 세입자에게 반가운 신호다. 하지만 지급이 확정된 약속은 아직 아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마치는 것. 이 순서만 지켜두면 조합 방안이 어떻게 결론 나든 최소한의 안전판은 내 손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