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금은 법정 기준이 없는 협의 사항으로, 통상 보증금의 5~10%를 건다. 민법상 계약금은 해약금이라 그 액수가 곧 계약을 깼을 때 잃거나 물어줄 돈이 된다. 비율을 흥정하기 전에 등기부 을구와 조건부 반환 특약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보증금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전세 계약금은 "보증금의 몇 %"라는 법정 기준이 없다. 통상 보증금의 5~10%를 걸지만, 이건 시장에서 굳어진 관행일 뿐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로 정하는 금액이다. 5%로 낮춰도, 반대로 더 올려도 위법이 아니다.
그럼 왜 하필 10%가 기본값처럼 굳었을까. 액수가 너무 작으면 계약을 가볍게 깨는 쪽이 생기고, 너무 크면 계약금 자체를 마련하기 어렵다. 양쪽 모두 "이 정도면 함부로 못 깬다"고 받아들이는 선이 10% 언저리라, 별다른 협의가 없으면 그 숫자로 흘러가는 것이다.
Photo by Precondo CA on Unsplash
계약금의 진짜 성격은 예약금이 아니라 해약금이다.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 등을 주고받은 경우, 다른 약정이 없으면 당사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장을 전세에 대입하면 이렇게 된다.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계약을 깨면 이미 낸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반대로 임대인이 더 좋은 조건의 세입자를 만나 계약을 깨려면 받은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줘야 한다.
결국 계약금 비율을 정하는 일은 파기했을 때 잃을(또는 물어줄) 금액을 미리 정하는 일과 같다. 보증금 3억 원짜리 집이라면 10%는 3천만 원, 5%는 1,500만 원이다. 계약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고 보면 낮은 비율이, 상대가 쉽게 발을 빼지 못하게 묶어두고 싶으면 높은 비율이 유리하다.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해약금으로 계약을 무를 수 있는 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다. 전세에서 이행 착수의 대표적인 신호가 중도금 지급이다.
중도금까지 오간 뒤에는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물어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깰 수 없다. 그래서 잔금 전에 중도금 일정을 넣을지, 넣는다면 언제로 잡을지가 계약금 비율만큼이나 중요하다.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면 중도금 없이 계약금과 잔금으로만 구성하는 편이 단순하다.
정답은 상황에 따라 갈린다.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다.
핵심은 액수 자체보다, 계약이 틀어졌을 때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계약서에 명확히 적어두는 것이다.
계약금을 걸기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갑구에서 소유자와 압류·가압류·경매개시결정 여부를, 을구에서 근저당권·전세권·임차권등기명령을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특히 을구가 중요하다. 집에 이미 잡힌 근저당(집주인의 대출)과 내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에 비해 과하면, 나중에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온전히 못 받을 수 있다. 선순위 채권이 얼마인지, 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가 그 채권보다 앞서는지를 계약 전에 따져야 한다.
낮은 계약금보다 확실한 방어막은 잘 쓴 특약이다. 처음 전세를 든다면 최소한 다음을 검토하라.
특약은 분쟁이 났을 때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가"를 가르는 문장이다. 계약금 비율을 흥정하는 데 쓰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특약 문구에 쓰는 편이, 보증금을 지키는 데는 훨씬 남는 장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