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무상임대차계약서는 보증금 보호가 목적인 전월세 계약과 달리 거주 사실과 세무 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무상사용은 5년간 이익이 1억원 이상일 때만 과세되어 시가 13억원 안팎 이하 주택이나 부모·자녀 동거주택은 사실상 문제가 없다. 고가주택을 따로 살며 무상 또는 저가로 빌려줄 때는 과세 가능성이 있으니 계약서에 무상 여부와 기간, 비용 부담을 분명히 적어야 한다.

부모 집에 자녀가 살거나, 자녀 명의 집에 부모가 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쓰는 무상임대차계약서는 흔한 전월세 계약서와 겉모양은 비슷해도 쓰는 이유가 다르다.
전월세 계약은 보증금과 월세라는 대가가 오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로 보증금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무상임대차는 대가가 없다. 그래서 지켜야 할 보증금도 없고, 계약서의 역할은 보증금 보호가 아니라 '이 집에 누가 어떤 조건으로 사는지'를 증명하는 데 있다. 무주택 여부를 따지거나, 실제 거주를 입증하거나, 세무상 관계를 분명히 해둘 때 쓰인다.

Mikhail Nilov
가장 궁금한 대목부터 짚으면, 시가 13억원 안팎 이하의 집을 가족에게 무상으로 빌려주는 경우 증여세 걱정은 사실상 하지 않아도 된다.
근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7조다. 남의 부동산을 공짜로 쓰면 그만큼 이익을 본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매기는데, 그 이익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과세하지 않는다. 계산식은 부동산 가액에 연 2%를 곱하고, 5년치 시간가치를 반영한 계수 3.79079를 다시 곱한다. 이렇게 나온 5년간 무상사용이익이 1억원 이상일 때만 과세 대상이 된다. 이 조건을 거꾸로 풀면 부동산 시가가 대략 13억원을 넘어야 1억원 선에 닿는다.
또 하나 중요한 예외가 있다. 집주인과 함께 사는 주택은 아예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부모와 자녀가 한집에 같이 산다면, 집값과 상관없이 무상사용에 따른 증여세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면 언제 문제가 되나. 시가 13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을, 소유자와 따로 살면서 가족에게 무상으로 쓰게 하는 경우다. 이때는 5년간 무상사용이익이 1억원을 넘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무상이 아니라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는 저가임대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세법은 공짜뿐 아니라 '현저히 낮은 대가'로 빌려주는 것도 같은 조항으로 본다. 이 경우 적정임대료와 실제 받은 임대료의 차액을 이익으로 계산하는데, 적정임대료는 대체로 부동산 가액의 2% 수준으로 본다. 다만 저가임대의 구체적인 과세 경계는 집값과 임대료 수준에 따라 갈리므로, 고가주택을 낮은 값에 빌려줄 계획이라면 미리 세무 상담으로 차액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무상임대차계약서는 나중에 '실제로 이런 조건이었다'를 증명하는 문서다. 형식이 허술하면 무상거주라는 주장 자체가 흔들린다. 다음은 빠뜨리지 말아야 할 항목이다.
계약의 진정성을 더 확실히 해두고 싶다면 확정일자를 받거나 공증을 활용할 수 있다. 가족 사이라도 서류를 제대로 갖춰두면, 나중에 거주 사실이나 세무 관계를 따질 때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