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대항력은 이사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0시에야 생겨, 잔금일과 그 사이 하루의 공백에서 보증금 사고가 집중된다. 계약서에 인쇄된 조항은 이 공백과 세금·대출 위험을 막지 못하므로, 당사자가 직접 합의해 적는 특약이 실제 방어선이 된다. 근저당 설정 금지, 세금 체납 고지, 대출·보증 불가 시 계약금 반환 같은 문구가 특약란에 들어갔는지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한다.
전세 계약서의 인쇄된 조항만으로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다 지키지 못한다. 임대료와 계약 기간 같은 기본 항목은 채워져 있지만, 보증금을 위협하는 상황은 대부분 특약란에서 갈린다. 특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합의해 적는 조항이라 법적 효력이 있고, 분쟁이 생기면 판단 기준이 된다.
핵심은 순서다. 세입자의 권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이사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에야 생긴다. 그 공백을 노린 사고를 막는 장치가 특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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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르면 대항력은 주택 인도, 즉 이사와 전입신고를 모두 마쳐야 생기고 효력은 그 다음 날 0시부터다. 확정일자까지 받아 우선변제권을 갖추면 경매에서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제3조의2).
문제는 이 하루의 틈이다. 세입자가 잔금을 치른 당일, 집주인이 그 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하면 은행이 선순위가 된다. 다음 날 0시에야 대항력이 생기는 세입자보다 앞선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은행이 먼저 배당받고 남은 돈에서만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그래서 넣는 문구가 이것이다. "임대인은 잔금 지급일 다음 날까지 저당권 등 담보권이나 전세권 등 새로운 권리를 설정하지 않으며, 위반 시 계약을 무효로 하고 계약금과 잔금을 즉시 반환한다." 잔금일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함께 두면 계약 도중 집주인이 바뀌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국가의 조세채권이 세입자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될 수 있다. 그래서 "임대인은 국세·지방세 체납이 없음을 고지하며, 체납이 확인되면 잔금일까지 상환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둔다.
확인 방법도 함께 챙기자. 2023년 4월부터 보증금 1천만 원을 넘는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임대인 동의 없이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고, 지방세는 위택스에서 확인한다. 다만 동의 없이 열람하면 그 사실이 임대인에게 통보된다는 점은 알아두는 게 좋다.
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보험에 기대는 계약이라면 이를 조건으로 명시해야 한다. "본 계약은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실행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며, 임차인의 귀책 없이 대출이 거절되거나 보증 가입이 불가하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 이 한 줄이 없으면 대출 심사에서 떨어져도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계약 만료 시점의 분쟁도 특약으로 줄일 수 있다. "임대인은 계약 만료일에 신규 임차인의 입주 여부와 무관하게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조항은 새 세입자가 구해지면 돌려주겠다는 흔한 실랑이를 차단한다.
집 상태를 두고 다투는 경우도 많다. 입주 전 발견한 하자, 옵션 가전의 고장 책임, 도배·장판 같은 원상복구 범위를 계약할 때 적어두면 퇴거 정산이 깔끔해진다. 오래 살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후는 세입자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함께 명시해 두면 다툼의 여지가 준다.
도장을 찍기 전, 아래 항목이 특약란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면 큰 사고는 대부분 걸러진다.
특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서명·날인해야 효력이 분명하다. 보증금이 크거나 등기부에 이미 근저당이 잡혀 있는 집이라면, 문구를 넣는 데서 그치지 말고 공인중개사나 법률 전문가에게 등기부와 특약을 함께 검토받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