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와 HUG가 9월 22일 전월세 안심신탁센터를 출범하고 10월부터 신청을 받는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임대인이 아닌 HUG에 신탁해, 사고 후 돌려받는 기존 반환보증과 달리 보증금이 집주인에게 넘어가는 것 자체를 막는 사전 예방 구조다. 실제 이용은 계약할 집이 시세 20억 이하 적격주택인지, 집주인이 연 4.35% 수익 구조에 참여하는지에 달렸다.
전월세 안심신탁의 핵심은 돈이 흐르는 경로다. 지금까지는 세입자가 전세금을 임대인 계좌로 직접 보냈다. 안심신탁에서는 이 돈이 임대인이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신탁된다.
HUG는 신탁받은 보증금을 민간 자금과 합쳐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로 운용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임대인에게 매달 월세처럼 지급한다. HUG·임대인·세입자 세 주체가 3자 약정을 맺는 구조다.
세입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건 두 가지다. 첫째, 보증금이 집주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니 집주인이 빚을 못 갚거나 파산해도 반환 재원이 그 사람 사정과 분리된다. 둘째, 주거비가 내려갈 수 있다. 정책브리핑이 든 예시를 보면 매매가 3억, 전셋값 2억인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기존 월세는 74만 원인데, 안심신탁으로 거주하면 53만 원까지 낮아진다. 국토교통부와 HUG는 9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월세 안심신탁센터 출범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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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만 좋은 제도라면 임대인이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대인 쪽 유인이 설계의 관건이다.
HUG는 임대인에게 연 4.35% 수준의 고정 수익을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세보증금 3억 원을 신탁하면 월 109만 원 안팎을 받는 계산이다. 세입자가 나가고 새 세입자를 구하기까지 비는 기간에도 HUG가 최대 두 달치 월세를 보장하고, 임대보증금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돼 보증 수수료 부담도 줄어든다.
문제는 이 수익률이 시장 월세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4%대 이율을 받느니 그냥 월세를 놓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임대인 참여도가 제도 안착을 좌우한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일정은 단계적이다. 9월 말 모집공고가 나가고, 10월에 사업 신청을 받은 뒤, 11월부터 3자 약정을 맺고 연말부터 순차 입주하는 흐름이다.
자격 제한은 생각보다 느슨하다.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소득이나 보유 자산에 따른 제한이 없다. 대신 주택 자체에 조건이 붙는다. 시세 20억 원 이하이면서 권리 관계가 깨끗한 적격 주택이어야 한다. 근저당이 과하게 잡혔거나 권리 관계가 복잡한 집은 애초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있는데 왜 새 제도가 필요한가. 두 제도는 개입하는 시점이 다르다.
반환보증은 사고가 난 뒤 작동한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HUG가 대신 갚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하는 사후 구제 방식이다. 반면 안심신탁은 보증금이 임대인에게 넘어가는 것 자체를 막는다. 돈을 공공이 쥐고 있으니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앞단에서 차단하는 사전 예방 구조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이렇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월 109만 원, 연 4.35% 같은 숫자가 아직 확정이 아니라 논의 중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계약 조건은 10월 이후 모집공고와 약정 단계에서 확인해야 한다. 제도가 좋아도 내가 계약할 집의 집주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선택지에서 빠진다는 점을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