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용산공원 본체 훼손지에 1만~2만 호 공급을 추진하지만, 서울시는 본체 대신 캠프킴 등 주변 국유지 활용을 제안하며 재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부지로 결론 나느냐에 따라 공급 규모와 입지, 실제 공급 시기가 크게 달라진다. 토양오염 정화와 특별법 개정 등 선결 과제가 많아 최종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구체적 청약 계획을 세우기는 이르다.

용산공원에 집을 짓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원 본체 안에서 이미 '훼손된 곳', 그러니까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 같은 자리에 제한적으로 주택을 공급하자는 쪽이다. 어린이정원 부지까지 활용하면 1만~2만 호를 목표로 본다. 출발점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담겼던 총 10만 가구 구상이다.
서울시는 결이 다르다. 오세훈 시장은 공원 본체에 집을 짓는 데 반대하면서, 대신 캠프킴처럼 공원 주변에 흩어진 국유지를 쓰자고 제안한다. 정부가 쓴 '훼손된 곳'이라는 표현에도 "용산공원은 전체가 군이 쓰던 부지라 애초에 녹지가 아니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땅"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주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시장이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정부는 "아직 발표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결론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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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어디에 짓느냐'가 곧 '얼마나, 어떤 집이 나오느냐'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정부 구상대로 본체 훼손지를 쓰면 1만~2만 호 규모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서울시안대로 캠프킴 등 주변 국유지로 방향이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흩어진 부지를 모아 쓰는 방식이라 한곳에 대규모로 짓기 어렵고, 현재로선 구체적인 공급 호수도 제시되지 않았다. 같은 '용산 주택'이라도 본체냐 주변이냐에 따라 물량과 입지, 단지의 성격이 통째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그 방향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부지 논쟁과 별개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곧바로 삽을 뜰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첫째는 법이다. 2007년 만들어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이 땅을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정해 두고 있어, 주택 공급으로 가려면 법을 손봐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사안이다. 둘째는 오염 정화다. 오랫동안 미군기지로 쓰인 땅이라 토양오염 정화에 7~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캠프킴은 반환 후 6년이 지나고도 정화가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 잔여 부지의 미군기지 반환 절차까지 남아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성격이 다른 갈등도 있다. 공원으로 남겨 두려는 환경권과 집을 지어야 한다는 주거권이 부딪히는 사안이라, 부지가 정해진 뒤에도 공공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용산 주택공급은 '어디에 얼마를 지을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단계다. 최종 합의가 나오기 전에 특정 부지나 물량을 전제로 청약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르다.
지금 실수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확정을 기다리며 몇 가지 신호를 지켜보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부지에 최종 합의하는지, 특별법 개정이 실제로 추진되는지, 그리고 해당 부지의 오염 정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움직일 때 비로소 공급 규모와 시기가 손에 잡힌다. 그전까지는 '용산에 집이 나온다'는 소식보다 '어느 부지가 어떤 조건으로 확정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