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거주자의 사망이나 화재 같은 심리적 하자는 사안에 따라 계약 취소·해제나 손해배상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계약을 깰 만큼 중대했다는 입증 책임은 매수인에게 있다. 한국에는 일본과 달리 사망 이력 고지가 면제되는 기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소송보다 먼저 계약 전에 서면으로 묻고 확인·설명서에 기재를 받아 근거를 남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다.
집 자체에 금이 가거나 물이 새는 건 눈에 보인다. 반면 이전 거주자의 자살, 타살, 화재로 인한 사망 같은 이력은 보이지 않는데도 매수인이 알면 거래를 꺼리게 만든다. 이런 사정을 부동산에서는 심리적 하자라고 부른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고지해야 할 사정이냐다. 한국 법에는 "며칠 전 일까지 알려야 한다"는 식의 명확한 선이 없다. 실내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처럼 사안의 무게가 큰 경우는 고지 대상으로 보는 쪽에 가깝지만, 최종 판단은 사건의 성격과 경과 기간을 따져 개별적으로 내려진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는 게 좋다. 일본에는 사망 이력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이는 일본 기준이지 한국 법이 아니다. 한국에는 그런 면제 기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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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인이 이런 사정을 숨기고 판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 매수인이 밟을 수 있는 길은 대체로 세 갈래다.
다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 이력이 '계약을 깰 만큼 중대한 사유'였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매수인이 입증해야 한다. 말로만 들었다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을 매도인이 알고도 숨겼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소송으로 가면 생각보다 다툼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어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확인하고 그 과정을 남겨두는 것이다.
아무리 알아봐도 과거 이력을 완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사망 이력을 모아둔 공적 장부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이 쉬워진다. 하나는 가격이다. 주변 시세보다 눈에 띄게 싼 매물이라면 그 이유를 매도인과 중개사에게 직접 물어 기록으로 남긴다. 다른 하나는 태도다. 사망이나 화재 여부를 물었을 때 답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린다면, 그 자체가 계약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된다.
심리적 하자는 사후에 다투기 까다로운 영역이다. 물어보는 몇 마디와 그것을 남겨두는 습관이, 계약 뒤의 긴 분쟁보다 훨씬 값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