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의 대출이 거절됐다고 매도인이 계약금을 무조건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출 미실행 시 반환' 특약이 있느냐가 갈림길이 된다. 특약이 없고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으면 매도인은 계약금을 몰수할 수 있지만, 특약이 있으면 은행 부결일 때 반환해야 한다. 매도인은 자신의 계약서 특약과 위약금 조항부터 확인하고, 재매물 호가는 직전 계약가가 아니라 최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다시 잡아야 한다.

매수자의 대출이 막혔다고 해서 매도인이 계약금을 무조건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을 원칙적으로 '해약금'으로 본다. 잔금 등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라면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배액을 물어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풀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대출과 무관한 일반 원칙이다.
문제는 매수인이 대출 거절을 이유로 스스로 발을 빼려 할 때다. 이때 계약 해제의 책임이 매수인에게 있다고 보면,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다만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수하려면 계약서에 '위약 시 계약금을 포기·배액 상환한다'는 위약금 약정이 있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쓰는 표준 매매계약서에는 이 문구가 대개 들어 있으니, 먼저 자신의 계약서를 펴놓고 이 조항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Photo by Scott Graham on Unsplash
갈림길은 특약이다. 계약서에 "매수인의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취지의 특약이 들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특약이 있으면 대출 부결이 곧 해제 조건이 성취된 상황이 된다. 법원도 계약금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특약이 없다면 대출이 안 나온 사정은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감당할 몫으로 보고, 계약금은 매도인에게 남는다.
다만 특약이 있어도 자동으로 다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특약에서 말하는 '대출이 안 될 경우'를 은행이 심사한 끝에 부결한 상황으로 좁게 해석한다. 매수인이 소득이나 신용을 이유로 스스로 대출을 철회했거나, 자기 사정으로 서류를 늦춰 승인을 못 받은 경우라면 특약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매도인 입장에서 특약이 걸려 있다면, 대출이 정말 은행 심사에서 부결됐는지 부결 통지 같은 근거를 확인해 두는 것이 실익이 있다.
계약이 깨졌다면 재매물로 돌리는 판단이 남는다. 이때 흔한 실수가 직전 계약가를 그대로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직전 계약가는 특정 매수인과 맞춘 값일 뿐, 지금 시장이 인정하는 값이라는 보장이 없다. 호가는 최근 실거래가를 다시 확인해 잡는 편이 안전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같은 단지, 비슷한 면적과 층의 최근 거래를 보면 현재 시세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타이밍도 계약가에 매이지 않는 게 좋다. 매수 수요가 얇아지는 국면이라면 직전 계약가를 고집하다 매물이 오래 묶일 수 있다. 반대로 최근 거래가 계약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면 서둘러 낮출 이유가 없다. 결국 이전 숫자가 아니라 지금의 실거래가가 판단 기준이다.
같은 상황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계약 단계에서 손을 써 두는 게 낫다.
먼저 특약 문구를 두루뭉술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대출 부결 시 어느 기한까지, 어떤 방식으로 통보하고, 계약금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두면 나중에 해석 다툼을 줄일 수 있다. 매수인만 보호하는 조항이 아니라, 매도인이 언제까지 붙잡혀 있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조항이기도 하다.
매수인의 자금 여력을 계약 전에 가늠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매수인이라면 사전 심사나 한도 조회 결과를 확인한 뒤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대출이라는 변수는 매수인의 사정이지만, 그 여파는 잔금일까지 매도인의 일정을 흔든다.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 한 줄 더 챙기는 것이 뒤늦은 분쟁보다 값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