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중저가 전세는 1~9월 10% 넘게 올라 보증금 인상 요구가 흔해졌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아직 쓰지 않았다면 인상을 5% 이내로 묶을 수 있지만, 이미 썼거나 신규 계약이면 상한이 없어 대출·월세 전환·이사를 비용으로 비교해야 한다. 전세대출 금리와 법정 전환율(4.75%)을 견줘 유리한 쪽을 고르고, 재계약 전 등기부등본과 확정일자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할 때 세입자가 쥔 카드는 크게 다섯 가지다. 그대로 올려주기, 계약갱신요구권 쓰기, 부족분을 대출로 메우기, 월세로 전환하기, 이사하기. 각각 드는 돈이 다르고, 적용되는 법도 다르다.
먼저 전제 하나. 올해 서울 전셋값은 중저가 구간에서 유독 많이 올랐다. KB부동산 자료로 2026년 1~9월 2분위(가격 하위 20~40%) 전세는 4억5000만원대에서 5억원대로 10.3% 뛰었다. 1·3분위도 9%대다. 작년 같은 기간 1~2%였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 요구 자체가 흔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얼마를 지킬 수 있느냐'가 선택의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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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요구권을 아직 쓰지 않았다면, 이게 가장 강한 카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본인이나 직계가족의 실거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거절하지 못한다. 한 번 쓰면 2년이 더 보장된다.
핵심은 이때 보증금·임대료 인상이 5% 이내로 묶인다는 점이다. 전셋값이 10% 올라도 5%까지만 올려주면 된다. 다만 갱신청구권은 계약 횟수와 상관없이 딱 1회만 쓸 수 있다. 이미 한 번 썼다면 이 카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주의할 점은 5% 상한이 '갱신'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집을 옮겨 새로 맺는 신규 계약에는 상한이 없다. 그래서 상한을 포기하고 이사하면, 새집에서는 시세를 그대로 맞춰야 한다.
상한을 넘어 보증금을 더 올려주기로 했다면, 그 차액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다음 문제다. 크게 두 갈래다.
| 선택지 | 월 부담 기준 | 상한 적용 | 확인할 것 |
|---|---|---|---|
| 보증금 증액(대출) | 전세대출 이자 | 갱신 시 5% | 대출한도·금리·DSR |
| 월세 전환 | 전환율로 계산 | 전환율 상한 4.75% | 전환율 적용 여부 |
월세 전환부터 보자.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는 법정 전환율이 기준이 된다. 상한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 2%포인트'와 10% 중 낮은 값인데, 기준금리가 2.75%인 2026년 10월 기준으로 4.75%다. 계산은 전환하는 보증금에 전환율을 곱해 12로 나눈다. 예컨대 보증금 5000만원을 월세로 돌리면 월 약 20만원이 된다. 단, 이 상한은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 강제되고, 신규 계약은 집주인과 협상으로 정해진다.
대출을 택한다면 비교 기준은 단순하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전환율보다 낮으면 대출이, 높으면 월세 전환이 유리하다. 같은 5000만원이라도 금리 4%면 월 이자는 약 16만~17만원으로 전환보다 쌀 수 있다. 다만 대출은 한도와 DSR에 걸리므로, 재계약 전에 은행에서 증액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올려달라는 금액이 크고 갱신청구권도 이미 썼다면, 이사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이때는 눈에 보이는 보증금 차이만 보지 말고 중개보수와 이사비, 새집에서는 5% 상한이 없다는 점까지 합쳐 비교해야 한다. 지금 집에서 갱신으로 지킬 수 있는 금액이 이사 비용보다 크다면 버티는 쪽이 유리하다.
어느 쪽을 택하든 재계약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등기부등본으로 근저당 등 권리관계 변동을 보고, 확정일자와 전입신고가 유지되는지 점검한다. 갱신을 요구할 때는 말로만 하지 말고 문자나 내용증명처럼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하는 게 안전하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다면, 나중에 실제로 거주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참고로 정부는 전환율 상한을 5%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재계약 시점의 기준금리와 시행 여부는 그때 다시 확인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