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13일 발표한 대책으로 2027년 1월부터 집을 사두고 한 번도 살지 않은 채 세를 준 1주택자의 전세대출이 막힌다. 규제 대상은 좁지만 갭투자 유인을 낮추는 방향이라 전세 매물이 나오는 통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세를 구한다면 집주인의 거주·보유 상황과 계약갱신·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
금융위원회가 8월 13일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집을 사두고 한 번도 살지 않은 채 남에게 세를 준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막는 것이다.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무주택 세입자 본인의 전세대출이 막히는 규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이 대책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규제가 겨냥한 대상이 그동안 전세 매물을 공급해온 갭투자자와 겹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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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제시한 조건은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수도권·규제지역에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부부합산 기준)이면서, 그 집을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세놓고 있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그 집에 한 번도 실거주한 적이 없어야 한다. 판단 기준은 주민등록 전입 이력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한 번이라도 전입해 살았다면 지금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사는 이유가 자녀 교육이든 부모 부양이든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고 설명했다. 부모·자녀 같은 직계존비속에게 세를 준 경우도 제외된다. 금융위는 이 조건에 걸리는 규모를 수도권·규제지역 기준 약 6만 명, 9조 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서부터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시장의 반응 문제다. 갭투자는 세입자가 맡긴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는데, 정작 갭투자자 본인은 다른 집에 전세로 사는 경우가 많다. 그 본인 전세대출이 막히면 갭투자의 문턱이 올라가고, 새 전세 매물을 내놓던 통로 하나가 좁아질 수 있다.
다만 규제 대상이 6만 명 수준으로 한정돼 전체 전세 시장을 흔들 정도인지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 반대로 규제를 피해 보유 주택을 파는 사람이 늘면 그 집이 실거주 매물로 바뀔 여지도 있다. 방향이 한쪽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봐야 한다.
규제와 별개로, 인기 지역 전세 시장은 이미 물량이 부족하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대치·목동·중계·평촌 일대 8만여 가구 아파트에 나온 전세 매물은 600여 건으로 전체 가구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월세로 돌아서는 집이 늘고, 전셋값이 오르자 이사 대신 갱신계약을 택하는 세입자가 많아져 신규 매물이 급감한 결과다. 이번 규제가 이 흐름에 얼마를 더 얹을지는 시행 이후에 드러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계약의 안전장치를 챙기는 것이다.
무주택 세입자에게 이번 대책이 곧바로 대출을 조이는 조치는 아니다. 다만 전세 매물이 나오는 방식과 집주인의 사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계약 전 확인 목록을 하나씩 짚어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