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약 7만 9,000건까지 쌓였지만 9월 거래량은 5월의 절반 아래로 줄었고, 가격은 90주 연속 올랐으나 상승폭은 둔화됐다. 거래 절벽의 원인이 집주인 투매가 아니라 대출 규제와 금리로 인한 매수자 위축이라, '기다리면 싸진다'는 전제가 모든 지역에 통하지는 않는다. 전세 갱신·월세 전환·매수 대기의 비용과 위험을 비교하고 갱신청구권과 자금 여력, 만기 시점으로 자신의 선택을 정해야 한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조금 더 기다리면 집값이 빠지지 않을까" 고민하는 무주택자가 많다. 시장 숫자만 보면 그 기대가 근거 있어 보인다. 10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약 7만 9,000건까지 쌓여 연초보다 40% 넘게 늘었고, 연중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915건으로, 거래가 가장 많았던 5월의 절반 아래로 줄었다. 내놔도 안 팔리는 전형적인 거래 절벽이다.
그런데 매물이 쌓인 이유를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이 일제히 던진 결과가 아니라,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으로 매수자가 사라지면서 기존 매물이 소화되지 못한 적체라고 설명한다. 공급이 늘어 값이 떨어지는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

Alena Darmel
실제 가격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10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라 90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다만 상승폭은 2주 연속 줄었고, 강남구(-0.38%)와 서초구(-0.35%)처럼 그동안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하락 전환이 나타났다.
정리하면 지역마다 다르다. 강남권 고가 단지는 조정이 시작됐지만, 중저가·실수요 지역은 상승폭만 둔화됐을 뿐 여전히 오르는 중이다. "기다리면 싸진다"는 판단은 내가 사려는 지역이 어느 쪽인지 확인한 뒤에야 성립한다. 더구나 매물을 실거주자가 사들이면 임대 물량이 줄어 전셋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무주택자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세 선택지는 각각 아끼는 것과 떠안는 위험이 다르다.
| 선택 | 장점 | 주요 위험 |
|---|---|---|
| 전세 갱신·재계약 | 목돈 안 묶임, 주거 안정 | 전셋값 상승 압력, 보증금 미반환 위험 |
| 월세 전환 | 유동성 확보, 초기 부담 적음 | 매달 고정비, 장기엔 비용 누적 |
| 매수 대기 | 가격 하락 시 이득 | 가격 안 빠지면 전세금·금리 부담만 지속 |
전세 갱신은 목돈을 깔고 앉지만 다음 만기에 전셋값이 더 오를 위험을 안는다. 월세 전환은 보증금을 손에 쥐는 대신 매달 비용이 나간다. 매수 대기는 하락을 노리지만, 가격이 버티는 지역이라면 기다리는 동안 전세금과 이자만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감으로 정하기 전에 제도부터 순서대로 짚어야 선택지가 또렷해진다.
첫째, 계약갱신청구권이다.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요구하면 한 번, 2년을 더 살 수 있다. 이미 한 번 썼다면 다음 만기에는 쓸 수 없으니 자신의 사용 이력부터 확인한다.
둘째, 5% 상한이다. 갱신청구권을 쓸 때만 보증금·월세를 직전의 5% 안에서 올릴 수 있고, 권리를 쓰지 않는 재계약이나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집주인이 5% 넘게 요구하면 갱신권 행사로 방어할 수 있다.
셋째, 월세 전환율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법정 전환율 상한은 기준금리에 2%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2026년 기준 연 4.5% 안팎이다. 이 상한을 알면 집주인이 부른 월세가 과한지 가늠할 수 있다.
넷째, 대출 조건이다. 매수로 기운다면 자신의 소득 기준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전세·월세를 유지한다면 전세자금대출 한도와 보증 조건을 미리 은행에 확인한다. 한도가 생각보다 적게 나오면 선택지 자체가 바뀐다.
마지막은 시장이 아니라 내 조건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거래 절벽은 매수자에게 급매를 고를 시간을 주기도 하지만, 가격이 버티는 지역에서는 기다림이 비용이 된다. 시장 전망을 맞히려 하기보다, 만기와 자금이라는 내 조건에 맞춰 움직이는 쪽이 후회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