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지키는 핵심은 서류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당일·후 세 단계로 나눠 각 시점에 맞는 항목을 확인하는 데 있다. 계약 전에는 등기부등본으로 선순위 근저당을, 당일에는 임대인이 진짜 소유자인지와 세금 체납 여부를, 계약 후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세운다.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생기므로 이사 당일 오전에 서두르고, 계약서 특약으로 담보권 설정 금지와 완납증명서 제출을 못 박아 두어야 한다.
전세 계약에서 보증금을 지키는 힘은 서류를 얼마나 많이 보느냐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무엇을 확인하느냐에서 나온다. 순서는 세 단계다. 계약 전에는 등기부등본으로 집의 권리관계를, 계약 당일에는 임대인이 진짜 소유자인지를, 계약 후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내 권리를 세운다. 단계마다 놓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 다르다.
Photo by Maria Ziegler on Unsplash
가장 먼저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을 뗀다. 갑구에는 소유자와 가압류·압류·경매 같은 권리 제한이, 을구에는 근저당권이 적힌다. 핵심은 을구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근저당권자가 임차인보다 먼저 돈을 받아 가기 때문이다.
내 보증금과 나보다 앞선 선순위 채권을 더한 금액이 집 시세에 가까워질수록 위험하다. 이 합계가 시세를 넘으면 이른바 깡통전세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선순위 채권이 주택가격의 60% 이내, 선순위 채권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90% 이내일 때 가입할 수 있다고 안내된다. 다만 이 비율은 출처에 따라 다르게 소개되므로 가입 가능 여부는 HUG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고, 법이 정한 계약 한도가 아니라 보증 가입 요건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다가구주택이라면 등기부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보다 앞서 들어온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총액(선순위 임차보증금)은 등기부에 드러나지 않으므로,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를 열람해 따로 확인한다. 등기부는 하루 만에도 바뀔 수 있어 계약 직전과 잔금 직전에 다시 떼어 보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는 등기부상 소유자와 임대인의 신분증이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소유자가 신탁회사로 되어 있으면 집주인이 임의로 계약할 권한이 없을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리인이 나왔다면 소유자 본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한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도 이 단계에서 짚는다. 2023년 4월부터 국세징수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은 계약일부터 입주일 사이에 임대인의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안 되고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야 하며, 체납액이 있는지 여부와 금액만 확인된다. 계약 후에는 보증금 액수와 상관없이 임대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이사하는 날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를 모두 마친 '다음 날 0시'부터 생긴다. 이사 당일 곧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더해져,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시차다. 근저당권 등기는 접수한 당일 바로 효력이 생기지만, 임차인의 대항력은 다음 날 0시에 발생한다. 잔금을 치른 날 임대인이 곧바로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하면 내 권리가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래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이사 당일 오전에 서둘러 마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계약서 특약란에 다음 항목이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말로 한 약속은 효력이 약하다.
세 단계를 순서대로 밟으면 대부분의 사고는 서명하기 전에 걸러진다. 확인이 애매한 부분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관할 주민센터에 물어 넘어가지 않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