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10월 말 7만9000여 건으로 연초보다 43% 넘게 쌓인 반면, 9월 거래량은 3915건으로 연중 최다였던 5월 대비 56% 급감했다. 매물 적체와 거래 절벽은 실수요자에게 가격을 깎을 여지를 넓혀주지만,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6억원 상한과 스트레스 DSR이 매수 가능 금액을 먼저 가둔다. 지금 살지 관망할지는 집값 전망이 아니라 내 대출 한도와 실거주·전입 조건으로 갈리므로, 협상에 앞서 자금 한도부터 확정하는 것이 순서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데 거래는 멈췄다. 10월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9300여 건으로, 올해 최저였던 1월보다 43% 넘게 늘었다. 반면 9월 매매 거래량은 3915건에 그쳐, 거래가 가장 많았던 5월보다 56% 줄었다. 내놓은 집은 쌓이는데 사는 사람이 사라진 전형적인 거래 절벽이다.
원인은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집을 던진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으로 매수자가 관망에 들어가면서 기존 매물이 소화되지 못하고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단기간 오른 가격에 매수자들이 저항하는 지역도 있다. 최근 석 달간 매물 증가율은 성북구가 53.9%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 43.6%, 동작구 42.1%, 강동구 39.4%, 송파구 37.9%가 뒤를 이었다.

Jan van der Wolf
안 팔린 매물이 쌓인다는 건 파는 쪽이 조급해진다는 뜻이다. 같은 단지에 비슷한 매물이 여러 개 걸려 있고 몇 달째 거래가 안 되면, 집주인은 호가를 낮추거나 조건을 양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급매를 고를 폭이 넓어지고 가격을 깎을 명분도 생긴다.
다만 과신은 금물이다. 호가는 쌓여도 실제 거래가 적어 '진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고, 집주인이 가격을 버티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온도차도 크다. 강남권은 보유세 등 세제 부담 우려로 매물이 나오는 반면, 중저가 지역은 단기 급등 뒤 매수자의 가격 저항이 맞물린 형태다. 협상력은 시장 전체가 아니라 내가 보는 그 단지의 매물 수와 체류 기간으로 따져야 한다.
협상보다 앞서 확인할 게 자금이다. 지금 규제는 집을 얼마에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빌릴 수 있느냐를 먼저 제한한다.
핵심은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총액 상한이다. 2025년 6월 말부터 이 상한은 6억원으로 묶였고, 같은 해 10월부터는 집값에 따라 더 낮아졌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까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 상한이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이 금액을 넘길 수 없다.
여기에 상환 능력을 보는 DSR 규제가 겹친다.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금리 하한이 1.5%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올라, 한도를 계산할 때 실제보다 높은 금리를 가정한다. 이 금리는 한도 산정에만 쓰이고 실제 내는 이자에 붙는 건 아니지만, 빌릴 수 있는 금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최종 대출액은 집값별 상한과 소득 기준 한도 가운데 더 작은 쪽으로 결정된다.
대출을 받으면 따라오는 의무가 있다. 수도권 주택을 사며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전입해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사두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은 사실상 막혀 있다. 또 2주택 이상 보유자나 기존 집을 팔지 않는 1주택자는 규제지역에서 추가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이 조건들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 어차피 들어가 살 집을 찾는 것이라면 전입 의무가 부담이 아니고, 다주택자 대출이 막힌 만큼 매수 경쟁자도 줄어 있기 때문이다.
매물을 보러 다니기 전에 아래 순서로 숫자를 맞춰보는 게 먼저다.
매수와 관망을 가르는 건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 아래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면 방향이 선명해진다.
정리하면, 거래 절벽은 실수요자에게 고를 시간과 깎을 명분을 준다. 그러나 그 여지를 쓰려면 먼저 내가 빌릴 수 있는 금액과 들어가 살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시세 전망에 끌려다니기보다 자신의 한도표를 완성하는 쪽이, 지금 같은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판단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