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1회에 한해 2년 연장을 요구하고 보증금 인상을 5% 이내로 묶는 권리이고, 재계약은 양측이 합의로 새 조건을 정하는 것이다. 갱신권을 쓰면 기존 확정일자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신규 재계약은 증액이 5% 제한을 벗어날 수 있고 확정일자도 다시 챙겨야 한다. 만기 6개월부터 2개월 전 사이에 통보하고, 계약서에 갱신권 행사 여부를 명시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 집주인이 "재계약하시죠"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계약 연장'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 길이 있다. 세입자의 권리인 계약갱신요구권과, 양측이 합의해 새로 맺는 재계약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에게 준 권리다. 1회에 한해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이때 보증금 인상은 5%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임대인은 법에 정해진 사유, 예컨대 본인이나 직계가족의 실거주, 세입자의 차임 2기 이상 연체 같은 경우가 아니면 거절할 수 없다.
재계약은 다르다. 권리 행사가 아니라 양측 합의라서 조건을 자유롭게 정한다. 바꿔 말하면 집주인이 5%를 넘는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 가지 핵심 축을 비교하면 이렇다.
| 구분 | 갱신요구권 행사 | 합의 재계약 |
|---|---|---|
| 보증금 증액 | 5% 이내 상한 | 합의로 결정(5% 초과 가능) |
| 연장 기간 | 2년 보장 | 합의한 기간 |
| 확정일자 | 기존 효력 유지 | 새로 받아야 안전 |
여기에 한 가지 길이 더 있다. 만기 전까지 양측 모두 아무 말이 없으면 같은 조건으로 2년이 자동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이다. 이건 갱신요구권 횟수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아껴둔 권리로 남는다.

Atlantic Ambience
시점이 권리를 좌우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행사해야 한다. 2020년 12월 10일 이전에 맺은 계약이라면 1개월 전까지다. 이 기간을 넘기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방법은 구두로도 되지만 권하지 않는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내용증명우편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이 안전하다. 나중에 "요구한 적 없다"는 다툼을 막기 위해서다. 미리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겠다"고 약정했더라도, 세입자에게 불리한 약정이라 효력이 없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많이 헷갈리는 대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증금이 그대로라면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 갱신요구권 행사나 묵시적 갱신은 새 계약이 아니라, 기존 계약이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 계약서를 새로 쓰지 않아도 되고 기존 확정일자의 효력도 유지된다.
문제는 보증금을 올릴 때다. 올린 금액은 기존 확정일자로 보호받지 못한다. 대법원 판례도 기존 확정일자는 처음 보증금까지만 순위를 인정한다고 봤다. 그래서 증액했다면 늘어난 보증금을 적은 계약서를 만들고 거기에 새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기존 보증금은 옛 확정일자로, 증액분은 새 확정일자로 각각 보호받는 구조다.
단, 계약 시작 뒤에 집에 근저당 같은 권리가 새로 잡혔다면 증액분은 그 권리보다 후순위가 된다. 연장 전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하다.
선택은 상황에 달렸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5% 넘게 올려달라고 하고, 지금 집에 계속 살고 싶다면 갱신요구권을 쓰는 편이 유리하다. 인상폭을 5% 안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약서 비고란에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임을 반드시 적어, 나중에 신규 계약으로 둔갑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반대로 집주인과 조건이 원만히 맞고 인상폭도 받아들일 만하다면 합의 재계약이나 묵시적 갱신으로 넘어가도 된다. 특히 소중한 갱신요구권을 이번에 쓰지 않고 아껴두면, 다음 만기 때 한 번 더 방어 카드로 쓸 수 있다.
정리하면 판단의 기준은 두 가지다. 보증금 인상폭을 눌러야 하는가, 그리고 이 집에 더 오래 살 계획인가. 두 질문의 답에 따라 갱신권을 꺼낼지, 재계약으로 갈지가 갈린다. 어느 쪽이든 통보 시기를 지키고 확정일자를 챙기는 일은 똑같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