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은 87주 연속 올랐지만 강남은 조정, 중저가는 상승으로 흐름이 갈렸다. 전세가 상승과 매물 감소, 집값과 무관한 6억 대출 한도 탓에 무작정 기다리는 데도 비용이 든다. 전세 재계약 시점과 자기자본, 실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매수와 관망을 따져봐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2025년 2월 첫째 주부터 87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 정부 때의 최장 기록 85주를 넘어선 수치다. 다만 10월 첫째 주(5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8일 발표) 주간 상승률은 0.12%로, 8월 말 0.29%에서 다섯 주 연속 꺾였다가 다시 반등했다.
중요한 건 오름세의 방향이 갈렸다는 점이다. 강남권은 세제 개편 여파로 하락 중이다. 강남구 -0.34%, 서초구 -0.27%, 송파구 -0.19%로 떨어졌지만 낙폭 자체는 줄었다. 반대로 금천(0.34%)·관악(0.33%)·구로(0.28%) 같은 중저가 지역과 마포(0.22%)는 상승폭을 키웠다.
관망 중인 무주택자에게 이 신호는 단순하지 않다. "전체가 빠지기를 기다린다"는 전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고가 지역이 조정받는 동안, 실수요가 몰리는 중저가 지역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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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비용은 전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0월 첫째 주 0.16% 올랐고, 전세 매물은 줄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 중 12곳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는 집계가 나왔을 정도다.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실거주 중심 정책이 임대 공급을 조이면서 생긴 흐름이다.
세입자 행동도 바뀌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갱신 비중은 1분기 46%대, 4월에는 전세만 따져 53%를 넘겨 신규 계약을 앞질렀다. 전셋값이 오르니 계약갱신청구권을 아껴두고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세입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기다리는 2년이 다음 전세 재계약 때 더 큰 보증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출 한도도 변수다. 2025년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은 소득·집값과 무관하게 최대 6억 원으로 묶였다. 집값이 오를수록 대출로 메우지 못하는 금액, 곧 필요한 자기자본이 커진다는 뜻이다. 서울 전용 84㎡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9월 기준 20억 원을 넘어선 지금, 6억 한도는 생각보다 빨리 걸린다.
기다리기로 했다면, 그 시간을 준비에 써야 한다.
첫째는 자기자본이다. 6억 대출 상한을 전제로 목표 가격대에서 필요한 현금이 얼마인지 역산해 둔다. 집값이 오르면 이 금액도 함께 커지므로, 저축 속도가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는지 점검하는 게 핵심이다.
둘째는 생애최초 요건이다.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생애최초 LTV는 80%에서 70%로 낮아졌고,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 세대원 전원이 과거에 집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자격이 유지되므로, 배우자의 결혼 전 소유 이력까지 미리 확인해 둔다.
셋째는 청약이다. 올해 1~8월 서울에서 생애 처음 집을 산 20·30대가 3만7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60.9% 늘었다. 매수 수요가 청약 경쟁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같은 가점 항목을 점검하고, 노리는 단지의 분양 일정을 미리 파악해 두는 편이 낫다.
갈림길은 집값 전망이 아니라 본인 조건에 있다.
전세 재계약 시점이 1년 안으로 다가왔고 그때 보증금을 크게 올려줘야 한다면, 그 인상분과 매수 시 자기자본 부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게 현실적이다. 반대로 재계약 여유가 있고 자기자본이 아직 목표에 못 미친다면, 무리한 대출보다 관망이 합리적이다.
실거주 기간도 기준이 된다. 최소 5년 이상 한곳에 살 계획이고 생애최초 요건을 갖췄다면, 단기 등락보다 거주 안정의 가치가 더 크다. 거주 기간이 짧거나 지역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면 취득·양도 비용까지 고려해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다.
지금 시장은 "전부 오른다"도 "곧 빠진다"도 아니다. 지역과 조건에 따라 갈리는 장이다. 기다리든 사든, 그 판단의 근거를 숫자로 쥐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