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가입한 건물 화재보험은 건물 구조만 보상하고 세입자의 가재도구나 배상책임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래서 세입자 과실로 난 불이나 이웃집에서 번진 불은 세입자 본인의 보험 유무에 따라 보상 여부가 갈린다. 계약 전 가재도구 담보와 임차자·화재배상책임 담보가 약관에 들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0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 구룡마을 2지구에서 큰불이 나 주민 39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이런 화재 뉴스를 볼 때 세입자가 먼저 떠올려야 할 질문은 하나다. 불이 나면 내 살림과 내 책임은 누가 보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집주인이 든 건물 화재보험은 세입자의 가재도구도, 세입자가 떠안을 배상책임도 보상하지 않는다.
Photo by Shayne Carpenter on Unsplash
집주인의 건물 화재보험은 이름 그대로 건물을 지킨다. 벽, 지붕, 기둥 같은 구조물이 타면 그 복구비가 보상 대상이다. 세입자가 들여놓은 냉장고, 옷장, 가전, 옷가지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알아둘 점이 있다. 집주인이 건물 가치의 80%에 못 미치게 가입했다면 사고 때 보험금이 비례보상으로 깎인다. 집주인 보험의 가입 규모는 세입자가 알기 어렵고, 설령 충분하더라도 그 돈은 건물주의 손해를 메우는 데 쓰인다.
아파트라면 관리비에 단체화재보험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공용 보험은 보장 범위와 한도가 좁아 세대 안 가재도구까지 넉넉히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입 여부만 확인하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세입자 화재보험은 집주인 보험이 비워둔 자리를 메운다.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가재도구 담보다. 내 과실이든 아니든 불로 탄 내 살림을 보상한다. 다만 가재도구는 기본 담보가 아니라 특약으로 붙는 경우가 많아 가입할 때 따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임차자배상책임이다. 세입자 과실로 빌린 집 자체가 타면 집주인에게 복구비를 물어줘야 하는데, 이 담보가 그 배상을 대신 떠안는다.
셋째는 화재(대물·신체)배상책임이다. 불이 옆집, 윗집, 아랫집으로 번져 남의 재산이나 몸을 상하게 했을 때의 배상을 맡는다. 빌린 집과 이웃집은 서로 다른 담보라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 보장 대상 | 집주인 건물보험 | 세입자 화재보험 |
|---|---|---|
| 건물 구조(벽·지붕) | 보상 | 임차자배상으로 일부 |
| 내 가재도구 | 보상 안 함 | 가재도구 담보 |
| 이웃 피해 배상 | 집주인 과실분만 | 화재배상책임 담보 |
반대로 옆집 불이 내 집으로 번졌다면 어떻게 될까. 2009년 전부개정된 실화책임법이 여기서 작동한다. 과거에는 가벼운 실수로 낸 불은 배상책임을 아예 묻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과실이어도 배상책임이 있다. 대신 불을 낸 사람이 법원에 손해배상액을 줄여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화재 규모와 원인, 당사자 사정을 따져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상대의 과실이 경과실로 인정되면 법원이 배상액을 깎아 내가 입은 손해를 전액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전기 이상을 방치했거나 소방 설비를 임의로 꺼 둔 중과실이라면 경감되지 않지만, 이를 입증하는 일은 피해자 몫이다.
청구 경로는 이렇다. 먼저 화재 원인과 과실을 가리는 소방·경찰 조사 결과를 확보한다. 그다음 상대방 또는 상대가 가입한 화재배상책임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사고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상대 배상이 깎이는 구조라면, 결국 내 가재도구 담보로 내 손해를 먼저 메우는 편이 현실적이다. 세입자 과실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도 이웃의 경과실 화재는 전액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전월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월 몇천 원대인 가재도구 담보부터 챙기는 편이 마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