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복구, 반려동물, 중도해지는 전세에서 세입자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분쟁 항목이고, 승패는 계약서 특약 문구에서 갈린다. 통상손모와 과실의 경계, 구두 허락의 무효처럼 애매한 지점을 숫자와 조건으로 못박아야 나중에 근거로 쓸 수 있다. 사인 전 세 항목의 특약 문구를 점검하고, 집주인이 거부하면 사진 증거와 분쟁조정위원회 활용까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전세 계약에서 등기부와 보증금을 확인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계약서 아래쪽 '특약사항'란이 남는다. 여기가 사실상 승부처다. 이사 나갈 때 벽지값을 물어줄지, 반려동물 때문에 계약이 깨질지, 급하게 나가면 복비를 누가 낼지가 대부분 이 몇 줄에서 결정된다. 구두로 "그건 괜찮아요"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계약서에 없으면 나중에 근거가 되지 못한다.
원상복구, 반려동물, 중도해지. 이 세 가지가 세입자가 자주 부딪히는 항목이다. 하나씩 어떤 문구로 못박아야 하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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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정상적으로 쓰다 생긴 마모와 세입자 과실로 생긴 손상은 다르게 취급된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생긴 벽지 변색, 장판 눌림, 액자를 걸었던 압정 구멍 같은 '통상손모'는 특약이 없는 한 임차인이 복구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다. 반대로 낙서, 흡연 자국, 반려동물이 긁은 자국, 과도한 못질은 세입자 책임으로 본다. 근거는 민법 제615조(원상회복 의무)와 제623조(임대인의 수선의무)다.
| 구분 | 임대인 부담(통상손모) | 세입자 부담(과실) |
|---|---|---|
| 벽지·장판 | 변색, 압정 구멍 | 찢김, 낙서, 흡연 자국 |
| 설비 | 노후로 인한 고장 | 부주의로 막힌 배수관 |
문제는 이 경계가 늘 애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특약으로 미리 좁혀두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통상적인 손모는 원상복구 대상에서 제외한다", "10만 원을 초과하는 수선은 임대인이 부담한다", "2년 이상 거주 시 도배·장판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를 지지 않는다" 같은 문구다. 판례도 "어느 부위를 어느 정도까지 복구할지"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고 세입자가 그 내용을 인식했어야 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쪽이다. 두루뭉술한 "원상복구한다"보다 범위를 숫자로 적은 문구가 세입자를 지킨다.
반려동물은 특히 말로만 합의하고 넘어가기 쉬운 항목이다. 하지만 계약서에 반려동물 조항이 아예 없으면, 나중에 집주인이 문자로 "키우지 말라"고 통보했을 때 다투기가 까다로워진다. 구두 합의는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특약란에 남겨야 한다.
넣을 내용은 단순히 "허용한다" 한 줄로는 부족하다. 종류와 마리 수(예: "임대인은 소형견 1마리 사육에 동의한다"), 소음·위생 관리 책임, 그리고 퇴거 시 원상복구 산정 방식까지 함께 적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로 생긴 훼손의 복구비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복구비는 견적 2곳의 평균으로 산정한다"처럼 계산 방법을 미리 정해두면 감정 싸움을 줄일 수 있다.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사정이 생겨 나가야 할 때가 문제다. 원칙적으로 계약 만료 전에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 이때 새 세입자를 구하는 중개보수(복비)는 법 원칙상 임대인 몫이지만, 관행적으로 나가는 세입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구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라 묵시적 갱신이 됐거나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연장된 상태라면, 세입자는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통보 후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된다. 이 경우 복비는 임대인이 부담한다. 즉 "만기 전에 나가면 무조건 복비는 세입자"라는 말은 갱신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특약을 쓸 때는 이 부분을 명시해두면 좋다. "임차인의 사정으로 계약 만료 전 해지할 경우 중개보수는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문구가 흔한데, 반대로 부담 주체를 임대인으로 하거나 조건을 붙이는 협의도 가능하다. 참고로 특약은 원래 계약기간 안에서만 효력을 갖고 묵시적 갱신에는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특약은 강행규정에 따라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원하는 문구를 집주인이 받아주지 않는 상황도 흔하다. 협의가 끝내 안 되면 최소한의 방어책은 계약 시점의 집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입주 전 흠집과 노후 상태를 찍어두면, 퇴거 시 "원래 있던 손상"과 "내가 낸 손상"을 구분하는 근거가 된다.
그래도 분쟁이 생기면 소송으로 가기 전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활용할 수 있다. 신청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되고, 소액 임차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는 조정 비용이 면제된다. 특약 협상이 뜻대로 안 되더라도, 증거를 남기고 조정 창구를 알아두는 것만으로 대응의 폭은 달라진다.